금요일.
성식이 퇴근후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어.
저 사진보다는 좀 더 해가 져 있었지만 여름은 낮이 길잖아. 나름 밝은 대낮이었다고.
로또까지 사가지고 집으로 가는데
딱 저 자리에서 고라니가 펄쩍펄쩍 뛰고 있는거야.
어쩌다 갑천을 넘어 아파트 단지 가득한 마을까지 오긴 왔는데 두렵고 놀래서 겅중겅중 뛰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 쪽으로 돌진하다가 우리가 어머나! 이러니까 발길을 돌려 근처 초등학교 쪽으로 되돌아 갔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작년 겨울인가 개들을 데리고 갑천변을 산책하는데
갑천에 섬 같은 곳이 몇군데 있거든, 거기서 고라니가 뛰어나오더라고. 하도 빨라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겨울이니까 숲이 다 없어지고 엉성한 갈대랑 억새 뿐이니까 같은 색깔이어도 녀석이 좀 더 잘 보였다니까.
근데 증거가 없어서 성식이한테 약간 못 미더운 ‘갑천 고라니 생존설’이었을 거거든.
그 가설같은 진실이 엊그제 밝혀진거지.
내 무용담?의 진위여부가 밝혀진 거와 별개로
녀석이 갑천으로 무사히 되돌아 갔을까 하는 걱정이
주말 내내 들더라고.
4차선인가? 6차선인가? 하여간 그 도로를 도대체 어떻게 건너온거야…
아스팔트 때문에 따각따각 거리던 녀석의 발굽소리랑 겁먹은 듯한 땡그란 두눈을 못 잊어.
“고라니야, 집에는 잘갔니? 무사히 잘 돌아갔길 빌께. 우리 또 보자.
우리가 갈께. 여기는 차가 많아서 위험해.”
초식동물은 정말 겁이 많다.
나도 전생에 초식동물이었을까.
풀만 먹었다고?
헐.
어쩐지 오이가 너무 맛있더라니.
갑천 가운데에 군데군데 습지와 섬이 있는데 거기 고라니가 산다.
저어기 뒤에 우리 아파트. 그리고 앞은 강변 아파트. 고라니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반갑기는 했지만 너무너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