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15년을 살았고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 몇년(?) 몇십년(?)더 함께 살겠지.
(성식이가 준 편지에는 몇백년을 더 같이 살자는데 무시하려고.
성식이를 만나고나서 내가 사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는 나의 세상이고, 나의 우주야.
나는 성식이에게 사랑을 주었을 뿐인데,
성식이는 내게 사랑과 안정감, 보호받는다는 느낌, 실제적인 보호, 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모든걸 줬어.
나는 내 십대의 끝자락과 이십대의 전부와 삼십대의 몽땅, 그리고 사십대의 절반까지도 성식이와 나눴어.
우리는 친구이고, 부부이고, 전우이고, 모든 경기의 경쟁자이고, 두마리 개의 공동 견주야(뜬금포).
성식이를 사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 최대의 걱정거리는 단 하나인데,
그건 바로,
성식이가 나만 혼자 두고 죽으면 어떻게 하지…하는거.
열아홉 이전에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았나.
세상이 없었는데, 우주가 없었던건데 어떻게 살았나.
겨우 와인 두잔에 취했나.
자야겠다.
올해 결혼기념일의 가장 감격스러운 일은,
우리 둘 다 이 날을 잊지 않았다는거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둘 다 까먹고 지나간 며칠후에 생각났지 아마? ㅋㅋㅋ
하여간 뭐 기념일 챙기는 건 성격에 안 맞는단 말야.
사이좋게 잘사는게 중허지, 뭣이 중헌디!
이런날은 또 칼질을 해줘야 하는거지?
내가 집착중인 남자❤
음… 이렇게 즐거운 날. 집에 오자마자 내 초파리 부비트랩을 이기겠다며 진로트랩을 만든 너란 남자.
병 주둥이에 두어마리 붙었다 도망감. 내일 아침에 결과로 얘기하자고.
급했는지 커피+식초+물에 바나나 껍질도 넣었네. 자기는 군필자라 뭘 좀 안다나.
참고로 내 부비트랩에 세마리 잡혀 있다. 아침에 보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