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철이 정화 부부랑 술이 떡이 되게 마셨다.
이 시국에 3차까지 간 거 미친거 아닌가.초딩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정화는 늘 속에 천불이 난다.
그래서 날을 잡아 작정하고 술을 마셔 스트레스를 푼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문제는,
정화는 술고래이고 우리부부는 그냥 고래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이 가출상태.
느지막히 일어나 갈비탕으로 해장하고
술이 덜깬 상태로 골프연습장도 가고
애들 산책도 했다.
신경예민증 환자 윤여름과
만성 피부병 환자 윤겨울을 데리고
한시간반을 걸었더니
술이 깬다.
이제야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우리개들은 돈 아깝다고 내가 깎여서 둘다 너무 못생겼다.
아무도 예쁘다고 하지 않지만 나는 사실 상관이 없다.
개들이 행복하다고 느낄까, 나는 그게 더 중요하다.
털이 번지르하면 뭐해. 비싼 가위컷으로 예쁘면 뭐해.
매일매일 햇빛도 쬐지 못하고 땅도 밟지 못하고 바깥 공기도 마실 수가 없는데.
이런 태도로 개를 키운다는 핑계를 대며 지금 막 또 겨울이의 얼굴털을 밀었다.
음… 어쩌지… 좀 쪼다같이 깎아버렸네.
이 꼬라지로 살아도 행복한지 개들 입장도 들어봐야 되는거라면
나는 빤쓰런.
저게 뭐야.
풀내음?
흙냄새?
계절의 변화 느끼기?
그것도 좋지만 어무이,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오!
2차
얘들아 안뇽. 나 기억나지? 오늘 또 갈비탕 먹으러 와떱.
산책을 마치고 마켓에 김이랑 라면 사러 간 아빠를 기다려요.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산책 같이 하던 아빠는 갑자기 어디로 가셨을까요.
저 꼴을 하고도 햄버거를 보면 던져 달라고 집중을 한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리가 만무한 우리 아들 꼬라지. 그래도 너는 행복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