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이렇게나 갑자기 다가올 줄이야.
오늘은 오래된 숙원 사업이었던 미니심바 연료벨브 어쩌구 무상교환을 받으러 갔다 왔고, 덕분에 아침에 산책을 못해서 성식이 퇴근 시간에 셋이 또 땀흘린 아저씨 냄새를 풍기며 회사앞으로 찾아갔다.
덕분에 분리수거통에 뒷동 아줌마가 막 버리고 간 세렝게티 삼순이🐘🦓🐆들을 입양해올 수 있었다. 빙고✌
성식이와 저녁을 준비하며 나눈 얘긴데,
우리집 네식구-사람 둘, 개두마리-는 삶의 만족도가 엄청 높아서 행복한 것 같다.
성식이는 혼자 벌어 나머지 셋을 부양하며 사는것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고, 나는 쥐꼬리만한 페이의 간헐적 알바에도 행복해하며, 집안에서 개두마리와 뒹굴며 어학원이나 다니는데 만족감을 느끼고, 개 두마리는 홍당무든 오이든 바나나든 사료만 아니면 너무 좋은데다가 산책도 매일 나가니 신나고.
가진건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재밌고 웃기다.
남들이 가진걸 못 가졌다고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은데
아직은 그런것 때문에 불행하지 않으니 다행인건가, 철이 없는건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하다.
즐겁다.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쓰레기 세렝게티 삼순이를 주워온 게 극한의 만족감을 내게 주는것 같다.
부인할 수 없다.ㅋㅋㅋ
8월의 마지막 날 아침 산책.
덥지 않다. 이상해. 가을이 오나봐.
그리고 오늘, 9월의 첫째날 오후 산책.
겨울이를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곳.
갑천변 낡은 데크길 잠깐.
사람들이 이 길로는 안 들어온다. 덕분에 내가 가끔 겨울이를 목줄에서 해방시켜 주는 곳.
아빠 회사 앞으로 또 쳐들어 감.
오늘은 삼순이들과 같이 목욕할꺼야.
인사해. 방금 막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삼순이-코순이, 치순이,얼순이-라고 해.
얼순이는 다리가 안짱이라 잘 못 서있음. 그래서 버려진 듯.
코순이는 여름이만큼 커다랗고 치순이는 발이 엄청 두툼해서 귀여움.
얘네도 이제 우리랑 같이 사나요?
헐… 얘네 뭐에용?
호기심 윤여름. 세렝게티 삼순이 주워오고 젤 행복한게 나인건 비밀^^